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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Tesla ― 자율주행의 두뇌, Dojo로 도로를 학습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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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이 문장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를 팔기 위해 회사를 세운 게 아니다.
그의 목표는 ‘스스로 움직이는 지능’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핵심에는 배터리도, 디자인도, 전기모터도 아니다.
진짜 심장은 바로 AI 반도체다.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

테슬라의 차량은 매일 도로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각 차량은 수십 개의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의 모든 이미지를 초당 수십 프레임으로 저장하고,
그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되어
AI가 학습하는 재료가 된다.

2023년 기준, 테슬라는 하루에 10억 장 이상의 도로 이미지를 수집한다.
이膨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려면
GPU 수만 장으로도 부족했다.
그때 일론 머스크가 던진 질문이 모든 걸 바꿨다.

“우리가 왜 남의 GPU로 학습해야 하지?”

그 한마디로, Dojo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Dojo D1 ― 자율주행을 위한 슈퍼칩

테슬라가 2021년에 공개한 Dojo D1 칩은
AI 학습 전용으로 만들어진 완전한 자체 설계 반도체다.

이 칩은 일반 GPU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GPU가 범용 그래픽 연산에 최적화된 반면,
Dojo D1은 영상 데이터 학습, 즉 도로 상황을 이해하는 연산에 특화되어 있다.

각 D1 칩은 354개의 연산 코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128개의 칩을 연결하면 하나의 ‘Training Tile’을 형성한다.
이 타일 120개가 모이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Dojo 시스템이 완성된다.

D1의 설계 철학은 단순하다.
데이터를 움직이지 말고, 계산을 옮겨라.

GPU는 데이터를 메모리로 옮기며 낭비가 발생하지만,
Dojo는 데이터가 칩 내부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이 덕분에 전력 효율은 엔비디아 A100 대비 1.3배,
학습 속도는 최대 5배 이상 빠르다.

실리콘 위에 새긴 도로의 기억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 8개가 포착한 도로 영상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 데이터는 Dojo를 통해 반복적으로 학습되며,
도로 표지판, 차선, 사람, 동물, 그림자까지
모든 요소가 수치화된다.

Dojo는 단순히 AI를 학습시키는 컴퓨터가 아니라,
도로의 기억을 실리콘 위에 새긴 장치다.
학습된 모델은 다시 차량의 FSD 칩(Full Self-Driving) 으로 내려가
실시간 주행 판단에 사용된다.

즉,

“도로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Dojo에서 학습되고,
그 결과가 다시 도로로 돌아온다.”

테슬라는 이렇게 ‘데이터의 순환’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완성한 첫 기업이 되었다.

FSD 칩 ― 차 안의 두뇌

Dojo가 학습용 슈퍼컴퓨터라면,
FSD 칩은 차량 내부의 두뇌다.
이 칩은 테슬라 차량 한 대당 두 개씩 탑재되어
각 카메라의 영상을 동시에 분석한다.

FSD는 CPU, GPU, 신경망 가속기(NPU)를 하나로 통합한 칩으로,
초당 2,300프레임의 영상을 실시간 처리한다.
이는 인간의 시각 반응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즉, 테슬라의 차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AI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두 개의 반도체가
바로 Dojo와 FSD다.

일론 머스크의 사고방식 ― 칩으로 철학을 구현하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운영하면서
“AI는 결국 물리적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지능이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려면
그 지능을 담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소프트웨어 기업처럼 AI를 코딩하지 않는다.
그는 지능의 물리적 구현체,
즉 칩을 통해 세상을 재설계한다.

Dojo는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다.
그것은 일론 머스크의 철학,
“세상을 데이터로 보고, 물리 법칙처럼 계산하라”를
직접 구현한 결과물이다.

효율, 자율, 통합 ― 테슬라식 기술 3원칙

테슬라의 모든 기술은 세 가지로 귀결된다.

효율 – 에너지 낭비가 없는 구조.
Dojo의 칩 배열, FSD의 통합 구조는 모두 이를 목표로 한다.

자율 – 데이터 수집과 학습의 자동 순환.
차량이 스스로 도로를 배우고, AI가 다시 차량을 진화시킨다.

통합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칩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다.
외부 칩 의존 없이, 모든 계산이 ‘테슬라 내부 언어’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기술 방향이 아니라
테슬라식 세계관이다.
머스크가 꿈꾸는 AI의 미래는
서버실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움직인다.

도로 위의 슈퍼컴퓨터

테슬라의 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이동하는 데이터센터,
그리고 학습하는 생명체다.

Dojo는 AI가 도로를 이해하도록 만들고,
FSD는 도로 위에서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테슬라의 반도체는
속도가 아니라 지능의 자율성을 설계했다.
그건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AI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첫 번째 완전한 순환 구조다.

“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 문장은 이제 과장이 아니다.
테슬라는 정말로, 도로 위의 반도체 기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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