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순히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메타(Meta)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남긴 이 말은
소셜미디어 제국을 넘어 AI 제국의 서막을 예고하는 문장처럼 들린다.
한때 페이스북으로 불리던 이 회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의 또 다른 핵심 플레이어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놀랍게도,
‘메타가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 이 있다.
소셜네트워크가 AI 인프라로 변한 순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메타의 서비스를 사용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레즈
이들의 뉴스피드와 추천, 영상, 광고는 모두
거대한 AI 알고리즘 위에서 돌아간다.
하지만 2020년대 초, 메타는 중대한 문제를 마주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AI 모델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한 것이다.
사진, 동영상, 텍스트, 음성, 리액션, 위치 정보까지
모든 행동이 AI 학습의 재료였다.
그 결과, AI 인프라의 전력과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엔비디아 GPU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메타는 결단했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의 뇌를, 남이 만든 칩에 맡길 수는 없다.”
이 한 문장으로, 소셜미디어 회사가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변했다.
MTIA ― 메타의 첫 번째 두뇌
2023년, 메타는 자체 설계한 AI 칩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 를 발표했다.
이 칩은 이름 그대로, AI의 학습(Training) 과 추론(Inference) 을 모두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MTIA의 핵심 목표는 “효율”이었다.
메타는 GPU보다 더 낮은 전력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실시간으로 돌릴 수 있는 구조를 원했다.
일반적인 GPU는 범용 연산을 위해 설계되어
불필요한 연산을 많이 수행한다.
그러나 메타의 AI는 특정 패턴, 예를 들어
“이 사람이 좋아할 콘텐츠를 예측하라” 같은
반복적이고 고정된 형태의 연산을 더 자주 수행한다.
MTIA는 이런 작업에 완전히 맞춰진,
‘추천 특화형 AI 칩’ 이다.
필요한 계산만 수행하고,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전력 낭비를 줄였다.
AI 추천의 구조를 칩으로 새기다
메타의 추천 시스템은 단순한 통계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실시간으로 수십억 개의 행동 데이터를 읽고
각 사용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거대한 연산 네트워크다.
MTIA는 이 연산 구조를 칩 수준에서 최적화했다.
GPU처럼 범용 그래픽 연산 유닛이 아니라,
행렬곱 연산에 특화된 ‘행렬 가속기(Array Accelerator)’와
대규모 캐시 메모리를 통해 데이터를 즉시 공급받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MTIA는
AI 추천 시스템의 지연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했고
전력 효율을 50% 이상 향상시켰다.
즉, 메타는 알고리즘을 ‘코드’로만 짜지 않고,
실리콘 위에 새긴 것이다.
엔비디아에서 독립하다
메타는 오랫동안 AI 학습용으로
엔비디아 GPU를 대량 구매해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칩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가격은 해마다 급등했다.
GPU 의존이 심해질수록,
AI 혁신의 속도는 엔비디아의 생산 능력에 좌우됐다.
그래서 메타는 MTIA를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 인프라를 완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물론 MTIA가 GPU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대형 모델 학습에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A100, H100이 필요하다.
하지만 MTIA는 메타의 수많은 AI 추론 서버를 담당하면서
GPU를 ‘전략적 자원’으로만 사용하도록 구조를 바꿨다.
이건 단순한 기술 자립이 아니라,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되찾는 움직임이었다.
Llama ― 칩 위에서 자라는 AI
메타는 2023년부터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Llama 시리즈를 공개하며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Llama는 거대한 언어 모델이지만,
MTIA와 함께 최적화되어 구동된다.
즉, 하드웨어와 AI 모델이 하나의 구조로 설계된 첫 시도다.
이는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메타는 AI 모델, 프레임워크(PyTorch),
그리고 하드웨어(MTIA)까지 모두 직접 통제함으로써
AI 시스템 전체의 효율과 속도를 장악했다.
그 결과, Llama는 엔비디아 GPU 기반의 대형 모델보다
적은 자원으로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었다.
메타는 기술의 방향을 바꿨다.
“더 크지 않아도 된다. 더 효율적이면 된다.”
효율의 미학 ― 보이지 않는 거인의 철학
메타의 반도체 전략은 화려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칩을 광고하지 않고, 판매하지도 않는다.
MTIA는 오직 메타의 내부 데이터센터에서만 사용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메타의 강점이다.
AI를 팔지 않고, 세상을 AI로 운영하는 기업.
그들의 칩은 하나의 상징이다.
‘데이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이
결국 ‘데이터를 처리하는 칩’도 가장 잘 만든다는 것.
AI의 연산은 더 이상 GPU의 독점이 아니다.
AI의 철학은 “속도”에서 “지속 가능한 효율”로 옮겨가고 있다.
메타는 그 전환점을 가장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통과하고 있다.
AI의 두뇌를 직접 만드는 시대
메타는 이제 단순한 SNS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매일 40억 명의 인간 행동을 관찰하며
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시키는 지구 최대의 AI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중심에는
MTIA라는 이름의 칩이 있다.
MTIA는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관심”을 계산하는 두뇌” 이다.
광고, 뉴스피드, 리일스 영상, AI 비서
모든 ‘추천’은 그 속에서 나온다.
메타는 이제 소셜네트워크를 넘어서,
AI 인프라 기업이자 반도체 설계 기업이 되었다.
그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생각을 연결하려면, 연산을 통제하라.”
AI 시대의 주도권은
가장 빠른 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사고 구조를 설계한 기업이 차지한다.
메타는 지금 그 구조를, 조용히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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