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더 이상 평면 위에서만 성능을 높이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칩을 세로로 쌓아 올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3D 패키징 기술이 등장했다. 그 중심에는 실리콘을 관통하는 미세 전극, 즉 TSV(Through-Silicon Via)가 있다. TSV는 반도체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전기적 통로로, 차세대 고성능 패키징의 핵심 기술이다.
1. TSV란 무엇인가?
TSV는 ‘Through-Silicon Via’의 약자로, 실리콘 웨이퍼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미세 구멍에 금속을 채워 만든 전도 경로다. 기존의 2D 패키지에서는 신호가 칩 주변의 배선과 솔더볼을 통해 전달되었지만, TSV를 이용하면 칩과 칩 사이를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즉, 수평이 아닌 수직 방향으로 신호가 이동하기 때문에 전송 거리 단축, 저항 감소, 전력 효율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
2. TSV의 구조
TSV는 보통 다음과 같은 층으로 구성된다.
① 비아 홀(Via Hole): 실리콘을 드릴링(또는 식각)해 만든 수직 구멍.
② 절연층(Insulation Layer): 비아 벽면을 절연 처리하여 누설전류를 방지.
③ 배리어층(Barrier Layer): 금속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TiN, TaN 등의 얇은 막.
④ 충전 금속(Filling Metal): 주로 구리(Cu)를 사용해 전도성을 확보.
⑤ 어닐링(Annealing): 구리 충진 후 열처리를 통해 접합 안정성을 확보.
3. TSV 형성 공정
TSV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정 단계를 거쳐 형성된다.
① 비아 식각(Via Etching): DRIE(Deep Reactive Ion Etching) 장비로 실리콘에 미세한 구멍을 수직으로 뚫는다.
② 절연막 및 배리어층 증착: CVD, PVD를 이용해 비아 내부에 절연층과 배리어층을 증착한다.
③ 구리 충전(Cu Filling): 전해도금(Electroplating) 방식으로 구리를 채워 넣는다.
④ 연마(CMP): 과잉 도금된 구리를 제거하고 표면을 평탄화한다.
⑤ 웨이퍼 본딩 및 박리(Thinning): TSV가 완성된 웨이퍼를 다른 칩과 적층하기 위해 뒷면을 얇게 연마한다.
4. 3D 적층 구조의 형성
TSV가 형성된 후, 칩은 본딩(Bonding) 과정을 통해 수직 적층된다. 이때 두 가지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① 칩 투 칩(Chip-to-Chip): 완성된 칩을 하나씩 쌓아 연결. 메모리-로직 통합에 주로 사용.
② 칩 투 웨이퍼(Chip-to-Wafer): 개별 칩을 웨이퍼 위에 배치하여 본딩. 대량 생산에 유리.
③ 웨이퍼 투 웨이퍼(Wafer-to-Wafer): 두 개의 웨이퍼를 통째로 적층. 정렬 정밀도가 높고 생산성이 우수하다.
5. TSV의 장점
① 고속 신호 전달 — 수직 연결로 전송 거리가 짧아 신호 지연이 크게 감소.
② 저전력 구동 — 배선 길이와 기생 저항이 줄어 전력 효율 향상.
③ 공간 절약 — 수직 적층을 통해 칩 면적을 줄이고, 고집적화 실현.
④ 고대역폭 통신 — HBM 메모리처럼 칩 간 병렬 연결을 통해 데이터 전송량 증가.
⑤ 소자 간 통합 — 로직과 메모리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해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
6. TSV의 한계와 기술적 과제
TSV는 장점이 많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공정이다.
① 비아 홀의 식각 깊이와 직경 제어가 어려워 생산 수율이 낮을 수 있다.
② 구리 열팽창에 따른 스트레스가 실리콘 크랙을 유발할 수 있다.
③ 어닐링 중 금속 재배열로 인한 접합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④ 열 방출 경로가 제한되어 고온 동작 시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
⑤ 공정 복잡도와 장비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낮은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7. TSV와 HBM 메모리
TSV 기술의 가장 대표적인 상용화 사례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HBM은 DRAM 칩을 TSV로 수직 적층해 병렬로 연결함으로써, 기존 DDR 대비 수십 배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HBM3, HBM3E는 이미 AI·HPC·GPU용 메모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8. TSV와 2.5D 패키징의 결합
TSV는 3D 패키징뿐만 아니라 2.5D 구조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TSMC의 CoWoS나 삼성전자의 I-Cube 기술은 TSV가 내장된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여러 칩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로직과 HBM 메모리를 가까이 배치해, 신호 지연을 최소화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다.
9. TSV 기술의 발전 방향
차세대 TSV는 마이크로 TSV 및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진화 중이다. TSV 직경이 5μm 이하로 줄어들고, Cu-Cu 직결 방식이 도입되면서 저항과 기생용량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웨이퍼-레벨에서 본딩을 수행해 정렬 오차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있다. 앞으로 TSV는 AI, HPC, 데이터센터 반도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10. 결론
TSV 기반 3D 패키징은 평면적 한계를 넘어선 반도체 혁신의 결정체다. 수직 연결을 통해 신호 속도, 전력 효율, 집적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며, 차세대 메모리와 AI 프로세서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TSV는 단순한 배선 기술이 아니라, 반도체 아키텍처를 3차원으로 확장하는 ‘미래형 인터커넥트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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