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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딩과 플립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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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성능 향상이 미세공정의 한계에 다다르면서, 이제는 칩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그 중심에는 두 가지 패키징 기술이 있다. 바로 오랜 기간 표준으로 자리한 플립칩(Flip-Chip)과 차세대 기술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이다.

1. 플립칩 본딩(Flip-Chip Bonding)의 원리

플립칩은 반도체 칩을 뒤집어 솔더 범프(Solder Bump)를 통해 기판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칩을 ‘뒤집어서 붙이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전통적인 와이어 본딩보다 배선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여 신호 지연과 전력 손실을 감소시킨다.

플립칩 공정은 주로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① 칩 표면에 솔더 범프 형성
② 칩을 뒤집어 기판 패드와 정렬
③ 리플로우(Reflow) 공정을 통해 솔더가 녹아 전기적·기계적으로 접합
④ 언더필(Underfill)로 틈새를 채워 신뢰성 강화

이 방식은 고성능 CPU, GPU, 네트워크 칩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수천 개의 입출력 단자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고, 대량생산에도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미세 피치(10㎛ 이하)로 갈수록 범프 간 간격이 좁아져 단락(short) 위험과 정렬 정밀도 한계가 생긴다.

2.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의 등장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 없이 금속과 절연막을 직접 접합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솔더 범프 대신 구리(Cu)와 산화막(SiO₂, Al₂O₃ 등)을 나노미터 단위로 정렬하여 직접 결합한다. 즉, 금속-금속, 절연체-절연체가 동시에 붙는 구조다.

이 기술은 2016년 이후 TSMC, 삼성전자, Sony 등이 적극 개발하며 3D 적층용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 TSV 기반의 3D 패키징이나 HBM 메모리 인터커넥트에도 적용된다.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은 다음과 같다.
① 웨이퍼 표면을 CMP로 평탄화하고, 구리 패턴을 노출
② 플라즈마 처리로 표면 활성화
③ 웨이퍼-웨이퍼 또는 칩-웨이퍼 정렬
④ 저온 압착으로 금속·산화막 결합
⑤ 어닐링(Annealing)을 통해 접합 강도 강화

3. 두 기술의 차이점

두 기술은 모두 칩 간 전기적 연결을 담당하지만, 구조적·성능적 차이가 뚜렷하다.

구분 플립칩(Flip-Chip)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연결 방식 솔더 범프를 이용한 금속 접합 금속-금속 및 절연막-절연막 직접 접합
피치(간격) 최소 40~20㎛ 수준 10㎛ 이하 가능, 3㎛대까지 개발 중
신호 지연 범프 높이로 인한 저항·인덕턴스 존재 직접 접합으로 매우 낮음
적층 구조 칩-기판 연결 중심 칩-칩 또는 웨이퍼-웨이퍼 3D 적층 가능
공정 온도 250~300℃ (리플로우) 150~200℃ (저온 결합)
적용 제품 CPU, GPU, 모바일 AP, 전력 IC HBM, AI 가속기, 3D NAND, CMOS 이미지센서

4. 하이브리드 본딩이 주목받는 이유

하이브리드 본딩의 가장 큰 강점은 ‘범프 없는 접합’이다. 솔더를 제거함으로써 배선 피치를 줄이고, 신호 전달 경로를 단축하며, 저항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고온 리플로우 과정이 없어 웨이퍼 변형이나 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특히 3D 적층 메모리(HBM3, HBM3E)나 GAA 기반 AI 반도체에서, 칩 간 통신 속도와 전력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의 X-Cube, TSMC의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 모두 이 기술을 중심에 두고 있다.

5. 기술적 난제

하이브리드 본딩은 정렬 오차 허용치가 ±0.1㎛ 이하로 극도로 까다롭다. 표면 평탄도, 입자 제어, 금속 산화막 청정도 등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저온 접합 시 금속 확산 불균일, 기계적 응력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공정 제어가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 양산에는 CMP, 플라즈마 활성화, 정렬 장비의 정밀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6. 산업적 전망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플립칩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고성능 패키징 분야에서는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HBM, 3D DRAM, AI 로직 칩, 이미지센서, RF 모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 플립칩은 여전히 전력반도체나 대량 생산용 SoC에서 강세를 유지하겠지만, 차세대 HPC·AI 칩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중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7. 결론

플립칩은 반도체 패키징의 근본을 닦은 기술이고, 하이브리드 본딩은 그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이다. 즉, 플립칩이 ‘2D 연결’의 완성이라면, 하이브리드 본딩은 ‘3D 통합’의 출발점이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의 진화는 이제 범프를 넘어, 원자 단위의 접합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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