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근본은 계산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곧 지능의 한계와 속도를 결정한다.
그 중심에는 한 기업이 있다.
그래픽 칩으로 시작해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설계한 회사, 엔비디아(NVIDIA).
그래픽 칩에서 인공지능의 심장으로
1993년, 젠슨 황(Jensen Huang)은 “더 자연스러운 게임 그래픽을 만들겠다”는 단순한 목표로 회사를 세웠다.
그가 만든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원래 화면을 그리는 부품이었다.
하지만 그 안의 구조는 달랐다.
수천 개의 작은 계산 유닛이 동시에 움직이며 데이터를 처리했다.
이 병렬 구조는 훗날 인공지능의 연산 방식과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CPU가 한 문제를 차근차근 푸는 ‘논리형 두뇌’라면,
GPU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푸는 ‘직관형 두뇌’였다.
AI가 필요로 한 것은 바로 이런 형태의 계산 능력이었다.
CUDA ― GPU를 AI의 언어로 바꾸다
GPU의 잠재력은 컸지만, 누구도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2006년에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라는 기술을 만들었다.
CUDA는 GPU를 다루는 일종의 ‘언어’다.
프로그래머는 복잡한 병렬 계산을 CUDA로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AI 연구자들은 GPU 위에서 모델을 학습시키며 새로운 패턴을 찾아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의 연구 속도는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CUDA는 엔비디아를 단순한 칩 제조사가 아닌 AI 시대의 설계자로 만들어 주었다.
병렬 연산 ―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두뇌
GPU의 핵심은 ‘병렬 연산’이다.
예를 들어 수백 장의 사진 속 고양이를 동시에 찾아내야 한다면
CPU는 한 장씩 차례로 확인하지만, GPU는 수천 장을 동시에 분석한다.
엔비디아는 이런 병렬 구조를 극도로 효율적으로 다듬었다.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를 줄이고, 여러 GPU가 서로 대화하듯 협력하도록 NVLink라는 초고속 연결 기술을 만들었다.
이로써 여러 GPU가 하나의 거대한 두뇌처럼 작동할 수 있게 되었고,
AI 학습용 슈퍼컴퓨터의 중심에는 언제나 엔비디아의 칩이 자리 잡게 되었다.
DGX ― 인공지능을 위한 완성형 설계도
엔비디아는 단순히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GPU, CPU,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은 DGX 시스템을 설계했다.
DGX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거나 산업에 적용하려는 기업에게
‘AI를 위한 완성형 조립 세트’와 같다.
학습, 테스트, 실행을 모두 한 장비에서 처리할 수 있다.
AI 스타트업부터 클라우드 기업까지 모두 이 시스템을 채택했고,
이제 AI의 기본 설계도는 엔비디아의 구조를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Blackwell ― 거대한 AI를 위한 새로운 엔진
2024년, 엔비디아는 Blackwell이라는 새로운 GPU를 발표했다.
이 칩에는 208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고,
두 개의 칩이 초고속으로 연결되어 데이터 병목이 거의 없다.
또한 Transformer 엔진이 내장되어
거대한 언어 모델(예: ChatGPT, Gemini, Claude 등)의 학습 속도를 극적으로 높였다.
이제 AI의 발전 속도는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주기에 따라 움직인다.
AI의 두뇌는 사실상 엔비디아의 설계 위에서 돌아가는 셈이다.
생태계를 설계한 기업
엔비디아의 진짜 강점은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력이다.
CUDA는 AI 개발자들의 공용 언어가 되었고,
cuDNN / TensorRT는 학습과 추론을 최적화하는 표준 도구가 되었으며,
DGX는 AI 서버의 기본 모델이 되었다.
지금의 AI 산업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도
모두 엔비디아 GPU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설계한다.
이것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AI 문명의 기반을 설계한 결과다.
젠슨 황의 철학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념
엔비디아를 오늘의 위치로 이끈 사람은 창립자 젠슨 황이다.
그는 자신을 “엔지니어이자 꿈을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다.
“세상에 없으면 우리가 만든다.”
불가능해 보이면 더 깊이 파고들고, 실패하면 이유를 분석해 다시 시도한다.
엔비디아는 세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PC 그래픽 시장 붕괴, 암호화폐 버블 붕괴, AI 전환 초기의 투자 실패.
하지만 그때마다 젠슨 황은 회사를 해체하지 않고 완전히 재설계했다.
그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산된 실패를 통해 진짜 혁신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주문한다.
“우리는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세상을 가속하는 회사다.”
이 말은 엔비디아의 모든 제품 철학에 그대로 스며 있다.
GPU는 단순한 칩이 아니라 ‘세상의 계산을 빠르게 만드는 도구’,
즉, 인류의 진보를 설계하는 가속기라는 뜻이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
젠슨 황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는 늘 “혁신은 남을 앞지르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나를 오늘의 나보다 낫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엔비디아는 이 원칙 위에서 30년간 같은 방향을 유지했다.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 배우고,
위기 속에서도 철저히 ‘본질적인 가치’를 붙잡는 태도.
그것이 엔비디아의 경쟁력이며, 젠슨 황이 만든 문화다.
결론 ― GPU로 문명의 두뇌를 설계하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AI 문명의 신경망을 설계하는 기업이 되었다.
GPU, CUDA, NVLink, DGX, Blackwell —
이 모든 기술이 모여 AI의 구조적 속도를 지배하고 있다.
CPU가 과거의 논리를 담당했다면,
GPU는 미래의 창의성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 GPU의 언어와 철학을 만든 사람, 젠슨 황.
그의 집념과 설계 정신은
기술이 아닌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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