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칩 속에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수천 배 얇은 회로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이 회로를 어떻게 그려 넣을까? 정답은 ‘빛’이다.
반도체의 두 번째 핵심 공정인 포토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는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웨이퍼 위에 전사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결정짓는 공정이 바로 이 단계다.
1. 포토리소그래피란 무엇인가
포토리소그래피는 빛을 이용해 미세한 회로 패턴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새기는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포토(Photo)’는 빛, ‘리소그래피(Lithography)’는 새긴다는 뜻이다.
인쇄술에서 유래한 이 기술은 반도체에서 회로를 전사하기 위해 발전한 형태로, 현재 모든 칩의 핵심 단계다.
쉽게 말하면, 포토리소그래피는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라는 감광성 물질 위에 빛을 쏘아 회로의 설계도(마스크)를 그대로 옮겨 심는 과정이다.
이후 현상과 식각 과정을 거치면 실리콘 위에 미세한 회로 패턴이 형성된다.
2. 공정의 전체 흐름
포토리소그래피는 하나의 ‘인쇄’ 공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세부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는 나노 단위의 정밀 제어가 필요하며, 오차가 곧 불량으로 이어진다.
주요 공정은 다음과 같다.
- 1) 웨이퍼 세정 (Cleaning)
- 2) 포토레지스트 도포 (Spin Coating)
- 3) 프리베이크 (Pre-Bake)
- 4) 노광 (Exposure)
- 5) 현상 (Developing)
- 6) 포스트베이크 (Post-Bake)
- 7) 검사 (Inspection)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패턴 형성 사이클’로 구성되며, 실제 반도체 한 칩에는 이러한 사이클이 수백 번 반복된다.
3. 포토레지스트의 역할
포토리소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다.
이는 빛에 반응하여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감광액이다.
웨이퍼 위에 얇게 도포한 뒤 빛을 쬐면 노출된 부분과 노출되지 않은 부분의 용해도가 달라진다.
그 차이를 이용해 원하는 회로 패턴을 남긴다.
포토레지스트는 두 가지로 나뉜다.
- Positive Resist: 빛을 받은 부분이 용해되어 제거된다. 미세 패턴 구현에 유리하다.
- Negative Resist: 빛을 받은 부분이 단단하게 굳어 남는다. 내식성이 높고, 두꺼운 패턴에 사용된다.
이 감광액의 두께는 1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며, 표면 균일도가 회로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4. 노광 (Exposure) 과정
노광은 회로 설계가 담긴 ‘마스크(Mask, Reticle)’를 포토레지스트 위에 겹치고, 자외선(UV)이나 극자외선(EUV)을 쏘는 단계다.
마스크는 회로의 청사진 역할을 하며, 빛은 마스크의 투명한 부분만 통과하여 포토레지스트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킨다.
현재 사용되는 노광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 컨택트(접촉) 방식: 웨이퍼와 마스크가 직접 닿는 구식 방식으로, 해상도는 높지만 오염 위험이 크다.
- 프로젝션(Projection) 방식: 렌즈를 이용해 마스크 패턴을 축소 투사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현대 장비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 스캐닝(Scanning) 방식: 빛과 웨이퍼를 동시에 움직이며 패턴을 연속적으로 인쇄한다. EUV 노광기에 쓰이는 최신 기술이다.
5. EUV 리소그래피의 등장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는 곧 빛의 파장으로 결정된다.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더 미세한 패턴을 새길 수 있다.
기존에는 193nm 파장의 DUV(Deep Ultraviolet) 빛을 사용했으나, 미세공정 한계에 부딪히며 13.5nm 파장의 EUV(Extreme Ultraviolet) 리소그래피가 등장했다.
EUV 리소그래피는 기존 광학계보다 훨씬 짧은 파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7nm, 5nm, 3nm 공정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ASML이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상용화했으며,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가 이 장비를 도입해 미세 공정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EUV는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다.
13.5nm 파장은 공기 중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진공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며, 렌즈 대신 거울로 빛을 반사시키는 반사형 광학계를 사용한다.
또한 광원 출력, 마스크 결함, 포토레지스트 감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6. 현상 (Developing)과 패턴 형성
노광이 끝난 후, 웨이퍼는 현상액(Developer)에 담가 포토레지스트의 노출된 부분을 제거한다.
이 단계에서 회로 패턴의 실제 형태가 드러난다.
이후 포스트베이크(Post-Bake) 과정을 거쳐 남은 포토레지스트의 내열성과 접착력을 강화한다.
완성된 패턴은 이후 식각(Etching) 공정으로 넘어가, 실제 실리콘층을 깎아내거나 금속을 증착할 때 마스크 역할을 하게 된다.
패턴 형성의 정밀도는 포토레지스트의 특성과 노광 해상도, 렌즈 왜곡, 진동, 오염 입자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리소그래피 라인은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가장 청정도가 높은 공간(클린룸 Class 1 이하)에서 운영된다.
7. 해상도와 선폭 제어
리소그래피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는 ‘해상도(Resolution)’와 ‘선폭(Line Width)’이다.
광학적으로 해상도는 다음 식으로 표현된다.
R = k₁ × (λ / NA)
여기서 R은 최소 선폭, λ는 빛의 파장, NA는 렌즈의 개구수, k₁은 공정 계수이다.
즉, 파장이 짧을수록, NA가 클수록 더 미세한 패턴을 얻을 수 있다.
EUV의 등장은 λ를 극적으로 줄인 사례이며, 최근에는 NA를 0.55까지 높인 ‘High-NA EUV’ 장비가 개발 중이다.
8. 리소그래피용 주요 장비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은 정밀한 기계 장비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장비는 다음과 같다.
- Coater/Developer: 포토레지스트 도포 및 현상 장비. (대표 기업: TEL, SCREEN)
- Stepper/Scanner: 노광 장비. (대표 기업: ASML, Nikon, Canon)
- Mask Aligner: 마스크 정렬 장치.
- Inspection System: 패턴 결함 검사기. (KLA, Applied Materials 등)
이 중에서도 노광 장비는 전체 반도체 장비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EUV 장비 한 대의 가격은 약 2,000억 원 이상으로,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기술 독점이 가장 강한 영역이다.
9. 포토리소그래피의 한계와 차세대 기술
아무리 파장을 줄여도 물리적 한계는 존재한다.
빛보다 더 작은 패턴을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은 여러 차세대 리소그래피 기술을 개발 중이다.
- EUV 다음 세대: 더 짧은 파장의 극자외선(EUV) 고출력 광원 개발
- 나노임프린트(NIL): 미세한 금형을 웨이퍼에 직접 찍어내는 기술
- 전자빔 리소그래피(EBL): 빛 대신 전자빔을 사용해 원자 단위 정밀 패턴 구현
- 멀티 패터닝: 한 번의 노광으로 부족할 때 여러 번 중첩하여 미세한 선폭을 구현하는 기술
이러한 기술들은 2nm 이하 공정이나 3D 구조 반도체 구현을 위한 핵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10. 정리
포토리소그래피는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결정짓는 공정이자, 가장 비싼 장비와 정밀한 기술이 투입되는 핵심 단계다.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이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 AI 칩, 슈퍼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나노 단위 세계를 제어하는 인간의 기술력의 정점이 바로 리소그래피라 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노광 후에 이어지는 ‘식각(Etching)’ 공정을 다룬다.
빛으로 그린 회로를 실제 실리콘 위에 새겨 넣는 정밀 가공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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