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모든 공정은 하나의 깨끗한 실리콘 웨이퍼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웨이퍼가 곧바로 회로를 담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 위에 절연성과 안정성을 부여하는 얇은 보호막이 필요하다.
바로 ‘산화 공정(Oxidation)’이다. 이 단계는 반도체 제조의 첫 단추로, 이후 모든 공정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초가 된다.
1. 산화 공정이란 무엇인가?
산화 공정이란 웨이퍼의 표면에 산소 반응을 통해 ‘산화막’을 만들어 내는 공정이다.
이 산화막은 전기적으로 절연 역할을 하며, 회로 형성 시 특정 영역을 보호하거나 전기 신호가 새지 않도록 막는다.
즉, 반도체 칩의 기본적인 절연 구조를 만드는 핵심 단계다.
실리콘 원자 하나하나에 산소가 결합하면서 SiO₂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생긴 산화막의 두께는 보통 수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 수준이다.
얇지만 절연 성능이 뛰어나고, 표면을 매끄럽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산화막은 단순한 막이 아니라 반도체 동작의 신뢰성을 결정짓는 요소다.
2. 산화 공정의 종류
산화 방식은 산화 분위기와 반응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건식 산화’와 ‘습식 산화’이다.
- 건식 산화: 고온의 산소 기체를 실리콘과 반응시켜 산화막을 형성한다. 생성된 막은 조밀하고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지만, 형성 속도가 느리다. 주로 게이트 산화막 등 정밀한 절연층에 사용된다.
- 습식 산화: 수증기를 사용하여 산화막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두꺼운 막을 만들기 좋지만, 막의 밀도가 낮아 건식보다 전기적 성능은 떨어진다. 주로 필드 산화(기판 절연) 등에 쓰인다.
대부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이 두 방식을 적절히 조합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얇고 정밀한 게이트 절연막에는 건식 산화를, 두껍고 균일한 절연층에는 습식 산화를 적용하는 식이다.
3. 산화 공정의 화학 반응 원리
실리콘과 산소의 반응은 화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Si (실리콘) + O₂ (산소) → SiO₂ (산화막)
혹은 수증기를 사용할 경우,
Si (실리콘) + 2H₂O (수증기) → SiO₂ (산화막) + 2H₂ (수소)
이 반응은 일반적으로 900~1100℃의 고온에서 이루어진다. 반응 후, 실리콘 원자 일부가 산화막 내부로 확산되고, 일부는 표면에 남아 결정구조를 유지한다.
산화막의 두께와 품질은 온도, 시간, 가스 조성, 압력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4. 산화로와 장비 구성
산화 공정은 ‘산화로’에서 수행된다.
이는 길고 원통형의 고온 반응기로, 내부는 매우 청정하게 유지된다.
일반적으로 200mm~300mm 웨이퍼 수십 장을 한 번에 삽입해 공정을 진행한다.
산화로는 세 가지 주요 구역으로 나뉜다.
1) 웨이퍼 로딩 구역, 2) 반응 구역, 3) 언로딩 구역이다.
각 구역은 일정한 온도 프로파일을 유지하며, 산화 반응이 일정하게 진행되도록 제어된다.
고급 장비의 경우 자동 로딩 시스템이 도입되어 오염을 최소화하며, 반응 중 가스 흐름, 온도, 습도, 압력 등이 정밀하게 제어된다.
ASML, TEL(Tokyo Electron), ASM, Applied Materials 등이 대표적인 장비 제조사다.
5. 산화막의 역할
산화막은 단순히 절연층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 전기 절연: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 사이에서 전류 누설을 방지
- 확산 방지: 불순물이 의도치 않게 이동하는 것을 차단
- 표면 보호: 이후의 식각, 이온주입 등 고온 공정에서 실리콘 손상을 방지
- 마스크 역할: 선택적 식각이나 도핑 시 특정 영역을 보호하는 역할 수행
특히 게이트 산화막은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층으로, 수 나노미터 두께의 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산화막 대신 하이-κ(High-k) 절연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실리콘 산화막은 반도체 공정의 표준으로 남아 있다.
6. 공정 조건과 품질 관리
산화 공정에서 중요한 변수는 온도, 시간, 가스 흐름이다.
산화 속도는 온도가 높을수록 빨라지고, 시간에 따라 포물선적으로 증가한다.
이 관계는 ‘Deal–Grove 모델’로 설명되며, 산화막 성장의 기본 수학 모델로 널리 사용된다.
고품질 산화막을 얻기 위해서는 산화로 내의 온도 균일도(Uniformity), 산소의 순도, 웨이퍼 표면 청정도가 중요하다.
작은 오염 입자나 미세한 결함도 산화막의 전기적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화 전후에 RCA 세정 공정이 필수적으로 수행된다.
7. 최신 산화 기술의 발전 방향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산화막의 두께는 나노미터 단위로 얇아지고 있다.
게이트 산화막은 이제 2nm 이하 수준까지 내려갔으며, 기존 SiO₂ 대신 하프늄 산화물(HfO₂), 지르코늄 산화물(ZrO₂) 등 하이-κ 절연체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재료는 동일한 절연 성능을 더 두꺼운 막으로 구현할 수 있어 누설 전류를 줄인다.
또한 원자층 증착(Atomic Layer Deposition, ALD) 기술을 이용해 원자 단위로 막을 쌓는 방식이 보편화되었다.
ALD는 기존 CVD보다 막 두께 제어가 정밀하고, 균일성이 우수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공정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3D NAND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 같은 입체형 반도체 소자에서도 산화막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플라즈마 보조 산화(Plasma-Enhanced Oxidation)나 저온 산화 기술이 연구 중이다.
8. 산화 공정의 산업적 의미
산화 공정은 반도체 제조의 시작이자 기준이다.
이 단계에서 웨이퍼 표면의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후 수백 단계를 거쳐도 완벽한 칩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들은 산화 공정의 균일도와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막대한 R&D를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는 산화막의 원자적 균질성, 계면 안정성, 신뢰성 향상을 위한 독자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초미세 게이트 절연막에서는 원자 단위 결함이 전류 누설, 열화,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정밀한 공정 제어가 필요하다.
9. 정리
산화 공정은 단순한 절연막 형성이 아니라, 반도체 전체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이 단계에서 형성된 산화막의 품질이 소자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한다.
즉, 반도체의 완성은 산화막 한 층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음 편에서는 반도체 회로를 빛으로 새기는 정밀 기술, ‘포토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 공정을 다룬다.
나노미터 단위로 패턴을 새기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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