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 썸네일형 리스트형 AMD ― 혁신보다 생존으로 강해지다 AMD의 역사는 언제나 거인의 그림자 속에서 시작됐다. 인텔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AMD는 늘 ‘대체품’ 혹은 ‘가성비 브랜드’로 불렸다. 하지만 세상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그 ‘조연’이 무대의 중심으로 걸어 나왔다. 이것은 화려한 혁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버티고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다. 추격자에서 생존자로 1970년대 초, AMD는 인텔의 호환 칩을 만드는 작은 회사였다. 인텔이 만든 CPU를 복제해 좀 더 싸게 파는 전략으로 시작했지만, 1990년대에 인텔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며 치고 나가자, AMD는 “복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0년대 들어 AMD는 연속된 적자와 인력 유출로 위기에 빠졌다. 주가는 2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업계는 “AMD는 끝났다”고 말했다... NVIDIA ― GPU로 AI의 신경망을 설계하다 AI 시대의 근본은 계산이다.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곧 지능의 한계와 속도를 결정한다.그 중심에는 한 기업이 있다.그래픽 칩으로 시작해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설계한 회사, 엔비디아(NVIDIA).그래픽 칩에서 인공지능의 심장으로1993년, 젠슨 황(Jensen Huang)은 “더 자연스러운 게임 그래픽을 만들겠다”는 단순한 목표로 회사를 세웠다.그가 만든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원래 화면을 그리는 부품이었다.하지만 그 안의 구조는 달랐다.수천 개의 작은 계산 유닛이 동시에 움직이며 데이터를 처리했다.이 병렬 구조는 훗날 인공지능의 연산 방식과 완벽히 맞아떨어졌다.CPU가 한 문제를 차근차근 푸는 ‘논리형 두뇌’라면,GPU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푸는 ‘.. Intel ― 실패로 혁신을 다시 쓰다 20세기 후반, 컴퓨터는 곧 인텔이었다. 세계의 모든 데이터는 인텔의 칩을 거쳐 흘렀고, “Intel Inside”라는 네 단어는 기술의 신뢰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제국은 찬란할수록 그림자를 짙게 남긴다. 인텔은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세상이 바뀌는 순간 스스로의 틀에 갇혔다. 그리고 이제, 실패를 통해 혁신을 다시 쓰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시작 ― 트랜지스터로 세상을 재조립하다 1968년,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는 페어차일드를 떠나 “Integrated Electronics” — Intel을 세웠다. 3년 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발표했다. 이 작은 칩 하나가 계산기를 두뇌로 바꾸었고, 전자기기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등장한 8086 프로세서(1978) 는.. SK hynix ― HBM으로 AI의 혈류를 설계한다 AI는 전기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이 괴물이 움직이려면 수많은 데이터가 초당 수조 번의 속도로 흘러야 한다.그 데이터를 공급하는 혈관, 즉 AI의 혈류가 바로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의 제국을 세웠다면,SK하이닉스는 그 제국의 피를 흐르게 한 세대다. HBM, 메모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다전통적인 DRAM은 가로로 펼쳐진 도시였다면,HBM은 수직으로 솟은 고층 빌딩이다.하이닉스는 여러 개의 DRAM 칩을 층층이 쌓고,그 사이를 TSV(Through-Silicon Via) 라는 미세 구멍으로 관통시켜데이터를 ‘위아래로 흐르게’ 만들었다.이 설계 하나로 데이터 이동거리가 줄고,대역폭은 몇 배로 늘었다.지연은 사라지고 발열은 통제되며,AI 연산 속도는 GPU 성.. 삼성전자 ― 세상의 기억을 저장한다 세상의 모든 데이터,인류의 모든 기억,그리고 그 기억을 붙잡아 두는 기술.삼성전자는 그 기억의 저장소를 만든 회사다.ASML이 빛을 만들고,TSMC가 그 빛으로 회로를 새겼다면,삼성은 그 회로 위에 세상의 정보를 저장한 기업이다.그들이 만든 칩 안에는지구상의 수십억 사람들의 흔적,스마트폰 속 사진, 기업의 데이터, 인공지능의 학습까지 —모든 기억이 살아 숨 쉰다.■ 인류의 기억을 만든 기업1980년대 초,삼성전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DRAM 개발에 뛰어들었다.그 도전은 한 기업의 모험을 넘어한국 기술사 전체의 분기점이었다.1992년, 삼성은 세계 최초 64M DRAM 개발에 성공하며일본 도시바를 제치고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올랐다.그 순간은 곧“인류의 기억 저장 방식이 바뀐 순간”이었다.이후 30.. TSMC ― 싸우지 않고 세계를 지배한다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기계가 ASML이라면,그 기계의 ‘빛’을 현실로 바꾸는 손은 바로 TSMC다.대만 신주(新竹)의 평범한 산업단지에 자리한 이 공장은지금 인류의 모든 첨단 반도체가 태어나는 현대 문명의 산실이다.TSMC는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인류의 계산 능력을 현실화하는 공정 시스템 그 자체다.■ 세상의 두뇌를 찍어내는 공장TSMC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제국’이다.자체 브랜드 칩도, 스마트폰도, 완제품도 만들지 않는다.하지만 모든 브랜드 뒤에는 TSMC가 있다.아이폰의 A시리즈, 엔비디아의 GPU, AMD의 라이젠,퀄컴의 스냅드래곤, 그리고 인텔의 일부 CPU까지.그 모든 설계의 실체는 TSMC의 웨이퍼 위에서 탄생한다.2025년 현재,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 ASML ― 빛으로 세상을 새긴다 세상에 반도체 장비 회사는 수백 개가 있다.그러나 단 한 곳, 네덜란드의 ASML만은인류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수준의 ‘빛’을 다룬다.이 기업이 만들어내는 EUV(Extreme Ultraviolet) 노광기는단순한 장비가 아니다.그건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형태의 빛이며,동시에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복제할 수 없는 기술이다.2025년 현재, 이 장비 없이는5나노 이하 반도체를 제조할 수 없다.즉, ASML 한 회사가 ‘빛을 공급하지 않으면’삼성도, TSMC도, 인텔도최신 칩을 만들 수 없다.세계 반도체 산업의 심장은네덜란드 펠드호펜이라는 조용한 도시에서 뛰고 있는 셈이다.EUV 노광기 한 대의 가격은 약 2,000억 원(1.5억 달러).총 부품 수가 무려 45만, 무게는 180톤,협력사.. 실리콘, 그 이후의 반도체_8편 ■ 실리콘이 다한 시대, 그 이후를 묻다2020년대 후반, 반도체 산업은 한 가지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다.“실리콘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3나노를 지나 2나노, 1.4나노 공정이 논의되고 있지만이미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원자 몇 개 수준이다.전자가 이동할 공간조차 줄어들면서양자터널링, 누설전류, 발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무어의 법칙은 이제 ‘법칙’이 아니라과거의 신화로 남았다.이제 반도체의 역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우리는 ‘새로운 두뇌’를 만들 수 있을까?”■ 포스트 실리콘의 세 가지 축실리콘 이후의 반도체는 세 갈래의 길 위에 서 있다.①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② 뉴로모픽(Neuromorphic) 칩③ 광(光) 기반 반도체 및 신소재.. 이전 1 2 다음